결과·복기 04. 실태조사 미실시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책임의 흔적이다

결국 이번 A 군청 답변이 보여준 것은 하나의 전형이다. 행정이 해야 할 사실확인과 조사체계 운영의 문제를, 소송법상 개념 하나로 축소해 버리는 전형 말이다.

건축법과 시행령은 위반건축물 실태조사를 단순한 선택사항으로만 설계하지 않았다. 법률은 조사 근거를 두고, 시행령은 정기조사, 계획 수립, 서면·현장조사, 정비계획, 결과 보고, 관리대장까지 이어지는 실제 운영 구조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행정청은 이 전체 구조를 지운 뒤 “의무가 아니라 권한”이라는 한 문장으로 자신의 공백과 지연을 정당화하려 한다. 이것은 법령 해석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다. 실태조사 미실시는 면책 문구가 아니라, 오히려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흔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개선의 방향도 분명하다.
– 첫째,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더 이상 행정의 면책 답변으로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
– 둘째, 행정기관은 적어도 정기 실태조사 계획, 수시조사 검토 여부, 현장조사 여부, 정비계획과 결과 보고의 존재를 민원 단계에서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 셋째, 감사와 행정심판은 소관 부서의 최초 해석을 반복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그 해석이 법령 체계에 맞는지 실질적으로 다시 따지는 통제장치가 되어야 한다.

행정기관만의 자체 논리는 행정 내부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법령 체계 앞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대한 것은, 그 미실시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태도 자체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록: 「사건기록 04. “의무가 아니라 권한”이라는 말로 실태조사를 지우는 행정의 자기논리
관련 해석: 「행정행태 04. 자기 시정을 위한 내부 절차가, 자기 면책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
관련 해석: 「법령해석 04. 제79조의 “할 수 있다”만 떼어 읽으면, 시행령 제115조 전체가 지워진다
관련 절차:대응절차 04. 민원인은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조사체계가 작동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댓글 남기기

행정논평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