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 체계는 행정기관이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 내부에서 위법·부당을 한 차례 걸러 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들을 함께 두고 있다.
「행정심판법」 제1조는 행정심판의 목적을 국민의 권리·이익 구제와 함께 “행정의 적정한 운영”에 두고 있고,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자체감사기구의 구성과 운영, 효율적인 감사체계 확립을 통해 공공부문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를 둔다. 「행정기본법」 제1조 역시 행정의 민주성과 적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선언한다. 결국 감사, 행정심판, 각종 내부 심사 구조의 본질은 행정을 감싸는 데 있지 않고, 행정을 바로잡는 데 있다.
문제는 현실의 행정이 이 구조를 자주 거꾸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소관 부서의 최초 해석이 감사 단계에서 반복되고, 그 논리가 다시 상급기관의 감사나 행정심판, 이에 대한 민원인의 이의절차 과정에서 재포장되면서, 행정기관은 마치 자신의 판단에 준사법적 권위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행정소송법」 제18조는 원칙적으로 취소소송에서 행정심판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지 않고, 다만 다른 법률이 특별히 전치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예외를 둔다. 이는 행정 내부 절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법을 대체하는 최종 심판기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행정기관이 내부 절차를 내세워 자신의 편의적 해석에 권위를 부여하는 순간, 자기반성 장치는 자기정당화 장치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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