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해석 17. 권리·권한·재량·의무·책임을 구별하면 ‘하지 않았다’의 실체가 보인다

행정기관의 무행동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다섯 단어를 구별해야 한다.

1. 권리
권리는 자신의 법적 이익을 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힘이다.
: 권리는 행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원칙이다.

공무원이 연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휴식이라는 이익을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에 대한 직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은 대체로 제재가 아니라 자기 이익의 상실이다.

2. 권한
권한은 어떤 일을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부여된 범위다.
행정기관이 조사·확인·허가·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은 담당 공무원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법령에 따라 맡겨진 직무상 권한이다.
그러나 권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그 권한을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는 반드시 다음을 물어야 한다.
: 그 권한에 대응하여 반드시 수행해야 할 별도의 법률상·직무상 의무가 있었는가.

3. 재량
재량은 권한을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합법적인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여지다.
: 권한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하고,
: 재량은 그 범위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한다.

재량은 독립된 특권이 아니다.
현장조사·항공사진 대조·자료확인·관계인 진술청취 가운데 어떤 방법을 먼저 사용할지 선택하는 것이 재량이다.
따라서 특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재량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적절한 방법을 택했다면 정상적인 재량행사다.
그러나 아무런 조사방법도 검토하지 않았다면 재량행사가 아니라 판단회피가 될 수 있다.

4. 의무
의무는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이다.
법률이나 구체적인 직무관계가 행정기관에 일정한 신청을 처리하고, 답변하고,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도록 요구한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의무불이행이 된다.

다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즉시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의무의 존재
→ 의무불이행
→ 정당한 사유와 귀책사유 확인
→ 손해·인과관계 또는 제재요건 확인
→ 책임 또는 제재 발생

5. 책임
책임은 의무와 같은 층위의 단어가 아니다.
: 의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 책임은 그 의무를 위반한 뒤 어떤 불이익을 부담하는가를 말한다.

행정기관이 직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사안에 따라 다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내부 징계
– 행정처분의 위법
– 위법한 거부 또는 부작위
– 국가배상
– 예외적인 형사책임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먼저 하지 않은 것이 포기해도 되는 권리인지, 행사해야 할 권한인지, 검토 끝에 선택하지 않은 재량인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관련 기록: 「사건기록 17. 민원인의 신고에 대해 행정청은 “재량”을 이유로 등록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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