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이 대충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 내부의 검토를 거치고, 관련 기관의 심사를 받고, 국회의 절차를 통과한 뒤 공포와 시행에 이른다. 법의 형식과 절차만 놓고 보면 국가는 충분히 검토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게 검토된 법이라면, 적어도 행정 내부에는 이를 어떻게 집행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책임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현실의 행정행태는 자주 정반대로 나타난다. 법을 만들 때는 국가가 전면에 나선다. 법을 집행할 때도 행정이 앞에 선다. 그런데 막상 그 법이 구체적 사안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잘못된 집행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의 단계로 들어가면 갑자기 모두가 뒤로 물러선다.
그때 등장하는 문장이 바로 이것이다.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입니다”
물론 사법부의 최종 심판 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말이 행정의 1차 판단 책임마저 지워주는 면책 논리처럼 사용될 때, 국가는 법을 만들고도 그 법의 작동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변한다.
판단은 미루고, 답변은 회피하고, 끝내는 “소송하십시오. 판사가 알 겁니다”라는 식의 태도로 흐르는 순간, 행정은 법의 집행자가 아니라 책임의 전달자처럼 보이게 된다.
관련 기록: 「사건기록 06. 행정기관의 답은 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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