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태 03. 행정은 왜 하나의 문제를 통합하지 않고 분절적으로 처리하는가

이 사례에서 먼저 드러나는 것은 문제를 보는 행정의 시선이다.
민원인은 하나의 부동산에 대한 종합적인 확인과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행정은 이를 처음부터 하나의 묶음으로 다투기보다, 현장에서 먼저 확인된 부분만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는 “소관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떼어냈다.

물론 행정 내부에 업무분장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 문제, 공작물 문제, 개발행위 문제는 실제로 서로 다른 법령과 소관 아래 놓일 수 있다. 그러나 민원인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행정 내부의 부서 구분이 아니라, 그 구분으로 인해 누가 조정 부담을 떠안게 되는가이다.

이 사건에서 그 부담은 행정 내부에서 흡수되지 않았다. 오히려 민원인에게 옮겨졌다.
민원인은 같은 장소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세 번 나누어 설명해야 했고, 각 부서의 접수와 진행 여부를 각각 따로 확인해야 했으며,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도 스스로 점검해야 했다. 행정은 “소관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민원인이 실제로 겪은 것은 책임의 분산확인 부담의 전가였다.

더 문제적인 부분은, 이런 상황에서 행정이 먼저
– 이 사안은 여러 부서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
– 내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일 수 있다는 점,
– 필요하다면 ‘민원후견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결국 복합민원 상황에서 민원인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
행정이 문제를 나누는 순간, 민원인은 각 부서의 답변과 처리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사람이 된다. 이는 행정의 분업이 효율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기보다, 행정 내부 조정 기능이 민원인에게 떠넘겨진 결과에 가깝다.

관련 기록:사건기록 03. 하나의 부동산 문제를 여러 개로 분절시키는 행정기관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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