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태 18. 행정의 방어벽은 한 장의 벽이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출구로 이루어진다

민원인이 체감하는 행정의 방어벽은 거대한 하나의 규정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작은 처리방식들이 겹치면서 만들어진다.
: 질문이 많으면 일부만 답한다.
: 업무가 여러 부서에 걸리면 한 부서가 자기 부분만 답한다.
: 상급기관에 하급기관의 문제를 제기하면 다시 하급기관으로 이첩될 수 있다.
: 법적 판단이 부담스러우면 구체적인 사건 적용 대신 일반적인 법령을 설명한다.
: 실제 행동을 요구하면 확정된 일정 대신 “노력하겠다”는 미래형 표현을 사용한다.

이 각각은 따로 보면 행정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다른 기관의 소관일 수도 있고, 일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모든 이송이나 모든 원론적 답변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처리방식이 반복되면서 민원인이 처음 물었던 핵심이 어디에서도 판단되지 않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경우다.

그래서 민원인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행정기관이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을 억지로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 어느 길로 나갔는지를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질문의 출구에 이름표를 붙여두는 것
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관이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면 어느 기관의 소관인지 묻는다.

이첩할 수는 있다.
그러면 왜 이첩했으며 상급기관 자체의 검토사항은 없었는지 묻는다.

검토 중일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판단시점은 언제인지 묻는다.

확인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무엇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왜 확인할 수 없는지를 묻는다.

이렇게 하면 행정기관의 판단 자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

관련 기록: 「사건기록 18. 행정청이 거절하기 어려운 민원의 구조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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