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기록 10. 법령보다 지침이 먼저 나오는 행정

한 위반건축물 관련 민원에서 민원인은 ○○군청의 고발 지연, 위반건축물 실태조사 미실시, 감사부서의 판단 누락, 재발방지 대책 부재를 문제 삼았다. 민원의 핵심은 단순히 “왜 고발하지 않았느냐”가 아니었다. 핵심은 더 앞에 있었다. 법령상 판단을 해야 할 행정청이 왜 내부 지침을 최종 근거처럼 제시하는가였다.

○○군청 감사부서는 답변에서 국토교통부의 2005년 「위반건축물 벌칙 운용지침」, 서울고등법원 69노558 판결요지 등을 근거로 들며, 고발 지연이나 실태조사 미실시가 소극행정 또는 감사부작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정리하였다. 첨부된 민원 답변 자료상으로도 행정청의 결론은 대체로 “지침에 따른 처리였으므로 위법·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구조에 가깝다.

그러나 첨부된 2005년 지침 원문을 보면, 지침의 방향은 “이행강제금 및 고발 등 행정조치와 관련해 일선의 혼선을 줄이고 부과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즉 지침은 법령을 대체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법령 집행 과정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내부 운용 기준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행정청은 지침을 근거로 삼았지만, 지침 전체를 일관되게 검토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지침은 고발조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건축법령에 규정된 관련 사항을 위반한 모든 건축물에 대하여” 부과하도록 정리하고 있다. 동시에 고발시기는 2차 시정명령 이후에도 위반사실이 시정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시점부터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지침이 있느냐”가 아니다. 행정청이 지침을 자기 결론에 유리한 부분만 선별하여 사용한 것은 아닌가이다.

답글 남기기

행정논평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